Accueil KIM Jin-Ok


프랑스의 한류

La vague coréenne en France



in : 시지프의 꿈 Le rêve de Sysiphe

서울대 불어교육학과 창립 50주년 기념

Plaquette du 50e anniversaire du département de pédagogie de français langue étrangère
Université Nationale de Séoul, 2009, pp. 131-140


82학번 김진옥

KIM Jin-Ok

Promotion 1982


프랑스에 온 지 어느 새 20년이 넘어, 한국에서 산 시간보다 프랑스에서 산 시간이 더 많아질 날이 이제 머지 않았다. 길게 끌던 공부를 마친 후, 운이 좋게 프랑스 국립동양언어문화대학교, 프랑스 이름으로 이날코 (INALCO : Institut national des langues et civilisations orientales)라는 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게 된 지 이제 4년 반이 된다. 이 학교는18세기 후반, 프랑스 혁명기에 정치와 무역에 도움이 되는 언어의 통, 번역가 양성을 위해 생겼는데 200여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가르치는 언어 수도 많이 늘어, 초기 다섯 언어에서 출발하여 지금은 영어, 스페인어 등, 잘 알려진 서유럽 언어들을 뺀 전 세계 93개의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어과 학생 수도 갈수록 늘어나 가장 최근 2008-2009년도 1학년 등록생 수는 80명 이상으로, 천여 명의 학생들이 몰리는 중국어나 일본어에 비하면 아주 적은 숫자지만 학생들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언어에 비하면 많은 편이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이 늘어나는 것은 프랑스에서 한국의 인지도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2006년도부터 학년 초마다 학생들에게 왜 한국어를 배우려느냐는 질문을 하는데 그 답을 보면 부모 중 한 명이, 혹은 여친이나 남친이 한국 사람인 경우, 본인이 입양아인 경우, 그리고 직장 때문인 몇 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한국 사람과의 만남, 한국 여행과 같은 직접 경험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경우가 있고, 혹은 영화, TV 드라마나 오락프로, 대중 음악, 비디오 게임, 그리고 2002년 월드컵 축구 경기 등, 간접 경험으로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학교에 등록하는 경우가 있는데 둘 중 후자가 더 많다. 06, 07, 08학번들을 비교해 보면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의 두 경우가 다 늘어나는 추세인데 08학번 신입생들에게서 특히 한국 문화의 간접 경험, 즉 « 한류 »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한국 대중 문화 전파 현상을 두드러지게 볼 수 있다. 대학생활을 1,2년이라도 좀 하고 온 경우가 많은 그 이전 학번과는 달리 08학번은 고등학교 마치고 바로 들어온 대학 초년생들이 대다수이고 또 여학생들이 아주 많은데 거의 대부분이 한국 가수, 드라마의 팬이다. 프랑스의 경우, 유선 방송 영화 전문 채널에서 가끔 한국 영화를 볼 수 있거나 아니면 인터넷-전화-TV의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중 한 회사 (free)가 제공하는 세계 TV 채널 중에 KBS World가 있다고 한다  [1]. 이렇게 프랑스에서는 한국 대중 문화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는데 우리과 학생들은 어떻게 « 한류 » 바람을 타게 되었을까 ? 인터넷에서 찾아 보니 « 한류 » 현상이 중국에서 출발하여 일본 및 동남아에서 붐이 일었다가, 이제는 남미, 중동, 아프리카로 퍼지고, 심지어 불법으로 몰래 보긴 하지만 북한에서도 중국을 통해서 들어온 비디오로 한국 드라마를 본다는 2004년도 글을 읽었는데 서유럽에서의 « 한류 » 현상에 대한 정보는 잘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지난 5월, 6월에 걸쳐 시간이 되는 학생들한테서 좀 자세한 얘기를 들어 봤다.

먼저, 출신이 아시아인 경우와 프랑스인 경우가 좀 다른데, 아시아 출신 학생들은 가족이나 친척이 있는 중국, 동남아의 한류 유행과 거의 동시에 한류를 접해, 어렸을 때부터 한국 드라마를 본 경우가 많다. 이 때는 한국 건지도 모르고 봤지만 한국 거라는 걸 알고 드라마를 보게 된 시기도 10살에서 12살 정도로, 다른 프랑스 학생이 한국 대중 문화를 접하게 된 시기보다 더 빠르다. 프랑스 학생들의 경우는, 처음 시작이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 (14, 15세에서 18세) 일본 대중 문화 (만화, 가요, 드라마)에 관심을 가졌다가, 혹은 일본에 관심 가진 친구들 얘기를 듣거나 그 친구들 권유로 인터넷에서 클릭하다가, 또는 그런 친구들이 한국 음악이나 드라마를 알게 되어 추천해서 한국 대중 문화를 접하게 된 경우가 많다. 결국 출발점이 일본인 경우가 대다수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일본일까 ? 프랑스에서의 청소년 대상 일본 대중 문화 보급 상황을 잠깐 보자면, 70년대 초부터 만화 전문 잡지에 일본 만화가 소개되기 시작했지만 일반 프랑스 아이들은 우선 만화 영화를 더 일찍  [2]접했다. 78년 프랑스 꼬마들은 채널Antenne 2에서 로보트가 주인공인 « 골도락 (Goldorak) »을 처음 보게 된다. 우리386세대라면 기억할 것이다. « 골도락 »은 « 마징가 Z » 와 « 그레이트 마징가 » 후속편이며, 한국에서도 70년대 후반 TBC (지금의 KBS2)에서 « 그랜다이저 »란 제목으로 방영된 만화였는데 4세에서 14세까지의 프랑스 아이들에게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어 87년도부터 10년간 채널 TF1의 « 클럽 도로떼 (Club Dorothée) »라는 프로에서 또 « 드래곤볼 Z »를 비롯한 여러 일본 만화 영화가 방영되었고 이후 90년대부터는 일본 시리즈 만화가 번역, 출판되어 지금은 미국 다음으로 큰 일본 만화 시장이 되었다. [3] 일본 만화 전문가 Sébastien Langevin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일본 만화는60년대의 록음악에 버금가는 것으로, 그 이전 세대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프랑스 청소년의 문화 코드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지금의 프랑스 대학생들은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어렸을 때 일본 만화 영화를 보고 자랐고, 글을 읽게 되면서부터는 일본 만화를 많이 읽고 컸는데 그 중 일부가 일본에서 화제가 되는 한국 가수나 드라마 등을 통해 한국 대중 문화를 접하게 된다. 이들은 보통 이렇게 한국 드라마나 음악에서 시작하여 TV오락 프로그램이나 영화로 넘어간다  [4]. 이런 경우, 일본 문화에 계속 관심을 가지는 학생보다 한국 문화만 집중 소비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 학교 08 학번의 경우가 그렇다. 이런 학생들은 프랑스나 미국 음악도 거의 듣지 않을뿐더러 TV만 켜면 어디서나 보이는 미국 시리즈물도 보지 않는다. 대략 공통적인 한국 대중 문화 소비 활동으로는 영어로 된 전문 사이트에서 한국 연예계 소식과 새 음악 앨범이나 영화에 대한 뉴스 읽기, 카페나 블로그 보기, 음악 듣기, TV오락 프로, 드라마, 영화 보기, CD/DVD구입하기, 한국 식당 가기등이 있다. 취향에 따라 드라마파와 음악파로 나뉘고 음악에서는 또 발라드파, 랩파 등으로 또 세분된다.

그럼 구체적인 케이스를 몇 개 보자. 오를레앙에서 올라온 중국 소수 민족 몽족 출신의 18살 M양은 어렸을 때 일본 팬이었던 오빠들을 따라 일본 만화를 많이 읽었다 (Les chevaliers du zodiatique, Sailor moon, Sakura, Naruto...). 오빠 3명은 일본 팬이고 한 명은 한국 팬. 한국 팬인 오빠는 한국 음악뿐 아니라 패션도 한국 패션이란다. 머리도 한국에서 유행하는 스타일로 하고 다니는데 주위에서 뭐라고 해도 아랑곳 하지 않고 꿋꿋이 그 헤어스타일을 고수한다는 것. 그런데 M양이 10살, 11살 때 가족, 사촌들이 한국 드라마 주제곡을 들려줘서 좋아하게 되었고 드라마도 미국에서 온 dvd로 같이 보았다.

« 이 때는 드라마가 영어 자막에서 몽족 언어로 번역되기를 기다려야 했지만 14-15살 때에는 드라마를 더 많이 보고 싶어서 인터넷에서 혼자 찾았어요. 제일 처음 본 드라마는 영어 자막으로 본 ‘가을연가’예요. 드라마는 보통 youtube에서도 보고 다운로드를 받기도 해요. 주말에는 가족, 사촌들이랑 다 같이 보지요. »

- 음악은 ?

« 먼저 드라마 주제곡에서 시작해서 다른 곡을 찾았는데 동방신기, 빅뱅, 세븐, 소녀시대 음악을 들어요. 처음에는 가사 뜻도 모르고 들었는데 뜻을 몰라도 괜찮았어요. 일본, 대만, 중국 음악도 듣는데 프랑스 음악은 가끔 들어요. 일반적으로 아시아 음악을 더 잘 듣는 편이에요. 우리랑 더 가까우니까요 ».

- 그 외 주로 하는 활동은 뭔지 ?

« 개인적으로 제 블로그가 있는데 한국 대중 음악 얘기를 주로 해요. 그래서 여러 사이트에서 제가 좋아하는 가수들에 대한 최신 정보를 보고 있어요. 제가 들르는 카페로는soompi.com이 있고 음악, 비디오, TV 프로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어요. bww2.com에서는 음악을 다운로드 받고요. 그리고 CD는yesasia.com에서 구입해요 ».

- 그런 것들을 얼마나 자주 하나 ?

« 정보 사이트는 시간만 있으면 들르는데 거의 매일 들르는 셈이에요. 음악은 트로트만 빼고 거의 모든 종류를 다 들어요. 그리고 옛날보다는 덜 읽지만 일본 만화도 계속 읽어요. 드라마나 영화는 오빠들이 새로운 거를 구하면 거의 매일 가족이 같이 보고 아니면 일주일에 영화 한 편 정도 보는 편이에요. »

- 한국 대중 문화의 어떤 점이 좋은가 ?

« TV 프로에서 보이는 한국적 유우머가 재미있어요. 프랑스 유머랑 다르게 열려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거 같아요. 그리고 한국말이 중국말이나 일본말보다 더 좋게 들려요. 일본말은 음절마다 끊기는데 한국말은 유연하게 흐르고 듣기에 더 예쁜 것 같애요. 드라마는 코메디물이나 홍길동 같은 역사물을 좋아해요. 그 외 드라마는 시나리오가 다 비슷비슷한 면이 있어요. 부자집 남자와 가난한 여자가 만나는데 남자집 가족이 여자를 싫어하는 상황 설정이 많은데 시나리오를 좀 바꾸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

- 학교 다닐 때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친구가 있었나 ?

« 고등학교 때 한국에 관심 있어하는 친구는 거의 없었어요. 일본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지금은 동방신기 팬이 됐어요. 한국에 관심 가지는 사람들은 보통 젊은 사람들이에요. 나이 많은 사람은 드라마를 좋아하지요. 젊은 사람들이 오히려 아시아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 같아요 ».

19살의 V양은 매년 열리는 ‘Japan Expo’ 전시회가 [5] 보여 주는 프랑스의 일본 붐에도 불구하고 자기 주변에는 일본팬이 없었지만 혼자15살 때부터 일본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그런데

« 고등학교 때부터 일본 음악 (j-pop)을 다운로드 받기 시작했구요,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는 연예인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그 사람들이 출연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어요. 일본 드라마에서 시작해서 대만, 한국 드라마도 보기 시작했는데 3년 전부터 드라마를 규칙적으로 봐요. 사실 좀 중독이에요. ‘개와 늑대의 시간 (Time between dog and wolf)’, ‘궁’, ‘풀하우스’, ‘내이름은 김삼순 (My name is Kim Sam-soon)’, ‘달자의 봄 (Dalja’s spring)’ “스마일 어게인’, ‘마이걸’, ‘9회말 2아웃 (9 end to 2 outs)’ 등을 봤는데 보통drama-jinso.org, dramas-love.over-blog.com, dramagaru.net에서 봐요. 그 다음에는 영화도 봤구요. 그 외에 음악도 듣는데 슈퍼주니어, SHINee, 남현준, 발라드, 뭐 여러 장르를 다 들어요. 또 가수가 출연하는 리얼리티 TV프로그램도 봐요. 프랑스에는 없는 형식이라 재미있어요 ».

- 좋아하는 연예인은 ?

« 탤런트는 이준기, 이태성을 좋아하구요, 가수는 남현준을 좋아해요 ».

- 다른 아시아 드라마도 보나 ?

« 일본 드라마를 좀 보다가 비현실적이고 연기도 좀 과장되게 하는 것 같아서 안 봐요 ». 그 외 하는 것 ? « 정보는newsasia-ddl.com에서 보는데, 매일 적어도 30분 정도는 들러요. 카페는 그냥 가끔 들어가구요. 그러고 한국 식당에도 자주 가는 편이에요. 개인적으로 일본 음식보다 한국 음식을 더 좋아해요 ».

- 다른 나라 음악이나 드라마는 보나 ?

« 저는 프랑스 음악도 안 듣고 미국 음악도 안 들어요. 더 이상 일반 TV는 안 보는 거죠 ».

- 그럼 영화관에 가서 영화는 보나 ?

« 아뇨. 영화는 컴퓨터로 그냥 다 봐요 ».

- 한국 드라마의 어떤 점이 좋은지 ?

« 미국 시리즈처럼 한도 없이 계속되는 게 아니고 단기 시리즈라 시작과 끝이 분명한 게 좋아요. 드라마를 보면 한국 풍습이나 문화를 알 수 있고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도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애요. 제가 작년에 일본 여행 갔을 때 보니까 일본 사람은 외부인에 대해 좀 폐쇄적이던데 한국은 서양과 일본의 중간에 있는 것 같애요. 또 탤런트들이 정말 연기를 잘 하구요. 이번 여름에 5주간 한국에 여행갈 계획이에요 ».

- 주위에 또 한국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는지 ?

« 중국 친구가 한 명 관심이 좀 있구요, 그 외는 우리 엄마한테 드라마를 보여드렸더니 엄마도 나처럼 드라마 중독자가 됐어요 ».

그 다음 케이스. 위의 M양처럼 오를레앙에서 파리에 올라온19살의 S양은 평소 중국 문화에는 관심이 없고 일본 만화만 읽는 경우인데 2년 반 전에 인터넷에서 미국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다가 어떤 사람이 한국 드라마 사이트 주소를 올린 걸 보고 Why not ?하며 처음으로 한국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그 때는 아시아 음악이나 영화에 대한 아무 의식이 없었던 때였다.

« 처음에는 일본 드라마도 비슷하게 같이 봤는데 한 달만에 한국으로 완전히 기울었어요. 그 이후 드라마를 계속 봤는데 주말에는 15시간씩 붙어서 보다가 바깔로레아에서 떨어질 뻔 했어요. ‘풀 하우스’를 비롯, 드라마를 수억 봤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그 놈은 멋있었다 (He was cool)’ (2004), ‘늑대의 유혹 (Temptation of Wolves)’ (2004) 등, 영화와 함께 음악을 듣기 시작했어요 ».

- 다른 나라 것도 보고 듣나 ?

« 미국 시리즈는 거의 안 봐요. 지금은 드라마보다는 음악을 더 많이 듣는데요, 발라드보다는 한국 팝과 랩을 좋아해요. 미국 랩은 쪼금 듣고 프랑스 랩은 전혀 안 들어요. 프랑스 거는 음악도 그렇고 다른 것도 재미있는 게 없어요. 프랑스, 미국, 스페인, 인도 음악을 들어 봤는데 이렇게까지 어떤 음악을 열정적으로 좋아해 본 적이 없어요 ».

- 정보는 어디서 ?

« 영어, 스페인어권 전문 사이트는 많지만 불어권에는 일반 종합 사이트나 팬 클럽은 없고요, 카페만 있어요. 동방신기, 빅뱅, 슈퍼 쥬니어 사모 카페가 있는데 회원들이 ‘미팅’이라 해서, 직접 만나 식사도 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요. 저도 카페를 하나 운영하는데요, 등록 회원은 200명 정도지만 실제 독자들은 만 명 가까이 될 거예요. 그리고 이날코에서 새로 만나게 된 한국어학과 친구들이 나중에 알고보니 카페에서 가명으로 서로 다 알던 사람들이었어요. (...) 보통 제가 뭘 좋아하게 되면 한, 두 달 가는데 한국은 지금2년 반이나 계속 돼요. 사실 한국은 아직 잘 안 알려진 나라잖아요. 인터넷이 없었더라면 이런 것들이 불가능했을 거예요. 스위스나 유럽 다른 곳에서도 다 한국 음악을 듣고 있어요 ».

- 한국어를 배우는데 한국어 가지고 뭘 할 생각 ?

« 지금 정식으로 한국어 배우는데 마음에 들고 내가 갈 길을 찾은 것 같애요. 내년에 한국에 여행갈 계획이고요, 한국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싶어요. »

19살 모로코 출신F양은 고등학교 때 일본 만화와 드라마 팬 친구가 한국 드라마 ‘풀 하우스’를 추천해서 본 게 한국과의 첫 만남이다. 이 때 처음 한국어를 들어봤는데 ‘한국 사람들은 왜 저렇게 말할 때 고함을 치나’라고 생각했단다.

«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금방 좋아하게 되었어요. 고3 때는 일본 거는 다 제치고 매일 한국 드라마 한 편씩을 봤어요. ‘마이걸’, ‘궁’, ‘홍길동’ 같은 거를 봤는데요, 시간만 있으면 봤어요. 지금까지 알려진 재미있는 드라마는 다 봤다고 할 수 있어요. 먼저 드라마로 시작해서 그 다음 음악을 듣기 시작했고 또 그 다음에는 TV 오락 프로도 혼자 찾아서 보기 시작했는데, ‘미수다’, ‘골든벨’, ‘스타킹’ 같은 걸 봤어요 ».

- 무슨 음악을 좋아하나 ?

« 발라드요. 그래서 박완규를 좋아해요. 드라마 음악도 듣고 보통 k-pop은 대충 다 듣는데 트로트도 좋아해요 ».

- 트로트 ? 정말로 ?

« 다른 사람이 먼저 불렀던 곡이면 누가 불렀는지 오리지날을 찾아봐요. 그러고 가사의 뜻이 뭔지도 찾고요 ».

- 어디서 뭘 보고 또 얼마나 자주 보나 ?

« allkpop.com, popseoul.com 같은 데서 매일 음악, 영화, 드라마에 대한 정보를 봐요. 그래서 항상 정보가 업데이트 되어 있지요. 드라마는dramabeans.com라는 데서 보구요. 보통 드라마하고 영화는 영어 자막으로 보는데 덕분에 영어 실력도 많이 늘었어요. 또 한국 음식이 좋아서 한국 식당에도 자주 가요 ».

-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

« 처음에는 ‘중국’이라 하다가 인제는 ‘한국’이라고 해요. 그리고 참, 2년 전부터 두바이TV에서도 한국 드라마를 방영해요. 아랍어로 더빙해서 나가는데 ‘김삼순’하고 역사물 두어 개를 했고 ‘미안하다 사랑한다’도 했어요. 모로코에서도 더빙으로 드라마 두 개가 방영돼서 우리 엄마도 봤어요. 처음에는 나더러 ‘웬 중국 거를 보냐’고 하셨는데 이제는 엄마도 재미있다는 거 인정하세요. 그리고 사촌 여동생 두 명도 제가 한국에 ‘개종’시켜서 한국 음악을 듣고 드라마를 봐요 ».

- 한국 드라마의 어떤 점이 좋은가 ?

« 가족 내에 호칭이 있어서 누나, 언니, 오빠라고 부르는 게 다정해 보이고 마음에 들어요. 우리 아랍어에는 그런 게 없거든요. 그리고 부모와 자식 사이나 윗 사람, 아랫 사람 사이에 위계질서가 있어서 좋아요. 또 사고방식도 나랑 비슷해서 인물들이 하는 생각에 항상 동감해요 ».

- 여름 방학 계획 ?

« 8월에 한국에 여행 갈 거예요. 그런데 외국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할지 몰라서 좀 두려워요 ».

더 많은 경우가 있지만 이 정도로 충분히 감을 잡으셨으리라. 80년대 말과1990년, 컴퓨터가 아직 보편화 되지 않아 리포트나 논문을 타자로 치던 시절과 그 이후 또 몇 년간을 인터넷이 없던 시대를 살아, 90년대 중반, 인터넷이 프랑스 일반인에게 보급되었을 때도, 관성의 법칙이었는지, 아직 머릿속에서 인터넷과 한국이 연결이 안 되던 시절을 거쳐온 나에게 있어서 한국은, 90년대부터 알려지기 시작한 한국 영화와 한국 전통 문화로 직결된다. 이에 비해, 우리08학번 학생들에게 있어서 한국은 특별 활동이 아닌, 집에서 혹은 지하철에서 늘상 하는 일상적인 활동인 것을 알 수 있다. 아시아의 한류가 쓰나미라면 유럽 프랑스의 한류는 규모상으로는 작은 파도에 불과하지만 그 파도를 타는 개개인에 있어서는 강도가 그에 못지 않다. 파리 및 여러 지방에서, 또 멀리는 프랑스령의 카리브해 마르티니크 섬에서도 파리로 유학와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공부하는 이 08학번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한국에 스승의 날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학생한테 선물과 꽃다발을 받아보게 한 학생들이기도 하다. 이들의 한국에 대한 열정이 언제까지 갈지, 또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갈지가 주목된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세계 전 대륙으로 퍼지고 있는 이른바 한국의 soft power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기분 좋고 우쭐해지는 사실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정식 TV프로그램이나 음반 수,출입 계약이 드문 프랑스에서의 한류는 무엇보다도 인터넷이 이끄는 세계화, 글로벌화의 한 예가 아닌가 한다.

Notes

1. 한 학생에 따르면, 유선 방송에서는 얼마 전까지 기본 서비스로 아리랑TV를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돈을 따로 내야된다고 한다.[Retour]

2. 일본팬인 한 블로거에 의하면 프랑스에 일본 만화 영화 ‘골도락’이 방영되기 6년 전인1972년도에 ‘revue Phénix’ 라는 잡지, 21호에서Claude Moliterni가 Kosei Ono의 만화를 보여 주면서 쓴 기사가 일본 만화에 대한 첫 기사라고 한다 (http://japon.canalblog.com/archives/2009/04/04/13260437.html).[Retour]

3. 2006년도 제 33회 앙굴렘 만화 전시회에 대한 한 기사에서 보면 (Noël Blandin, La République des Lettres, jeudi 26 janvier 2006) 프랑스에서는 2005년도에 25개의 출판사 (Kana, Glénat, Pika,.. )가 아시아 만화를 번역, 배포하고 있었으며 출판되는 만화 3 권 중 하나가 일본 만화 아니면 한국 만화였다. 또 설문 조사 기관 Ipsos에 따르면, 13년째 만화 시장이 계속 증가하여, 2007년도에는 3천4백만 권의 만화가 팔렸는데 그 중 거의 40%가 일본 만화라고 한다.[Retour]

4. 드라마나 영화는 영어, 불어 자막이 있는데 Fansub이라 해서, 다 팬들이 번역한 것. 불어 자막은 영어에서 번역된다.[Retour]

5. Japan Expo는 10년 전, 1999년부터 열리기 시작한, 일본 만화, 만화 영화, 비디오 게임, 음악, 영화, 무술, 패션 등, 일본 문화 중심의 대형 전시회이다. 처음에 시민 단체 중심으로 열리다가 2007년부터 정식으로 이벤트 기획사를 만들어 지금 현재, 입장자 수가 10만명이 넘는 규모의 전문적인 전시회가 되었다. (http://fr.wikipedia.org/wiki/Japan_Expo).[Re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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